생전의 알베르 카뮈

내가 청년 시절 참으로 되고 싶었던 작가를 하나 꼽자면 그것은 바로 알베르 카뮈다. 작년이 그의 탄생 백주기가 되는 해였다. 카뮈가 세상에 나온 이듬해에 1차 세계대전이 터졌고, 아버지는 그가 한 살이 되기도 전에 그 전쟁에서 죽었다. 그는 애비도 없는 빈민가 출신이고, 가까스로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청년기에 폐결핵으로 인해 죽을 고비를 넘겼다. 2차 세계 대전 중에는 레지스탕스에 투신하고, 사형 제도에 반대했다. 첫 번째 아내는 마약 중독이었고, 두 번째 아내는 신경쇠약으로 자살기도를 했다.
그는 장애로 가득한 삶, 불운과 불행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내 생애에서 유일하게 노력한 것 : 정상적인 인간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적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삶과 고투(苦鬪)하며 지중해인 특유의 긍정과 낙관으로 그것들을 넘어섰다. 『이방인』이란 소설로 명성을 얻었고, 이른 나이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13시 55분, 시계는 멈추고

1960년 1월 4일, 월요일 오후, 루르마랭에서 파리로 가는 5번 국도 빌블르뱅에서 승용차 한 대가 가로수를 들이받고 멈춰 서 있었다. 운전자는 프랑스의 유명한 출판사 사장이던 미셸 갈리마르였다. 그 차에는 아내와 딸, 그들의 개, 그와 절친했던 친구가 타고 있었다. 그 사고로 운전자의 옆자리에 동승했던 사람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자동차 계기판의 시계는 13시 55분에 멈춰 있었다. 미셸은 중상을 입은 채 병원에 실려 갔는데, 닷새 뒤에 숨을 거뒀다. 아내와 딸은 무사했지만, 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사고로 죽은 이가 그 유명한 작가 알베르 카뮈다.
남편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틀 전 아비뇽 역에서 기차 편으로 파리에 올라온 아내 프랑신이 달려왔다. 카뮈는 이마를 가로지르는 상처, 왼쪽 손등에 긁힌 자국이 있을 뿐, 마치 잠든 것처럼 평화로운 얼굴이었다. 실은 카뮈는 목과 척추가 부러진 상태였고, 그 충격으로 현장에서 즉사했다. 어쨌든 그 자동차 사고로 카뮈는 불과 47세의 나이로 이 세상과 영원히 작별한다.
카뮈는 1913년 11월 7일 새벽 2시,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동쪽으로 420여 킬로미터 떨어진 콩스탕틴 현 몬도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뤼시앵 카뮈는 프랑스 본토인 보로도 출신으로, 19세기 말엽에 알제리로 이주한 포도농장의 관리인이었고, 어머니 카트린 생테스는 스페인의 미노르카 출신이었다. 프랑스 이민자 가정의 두 번째 아들인 카뮈가 태어난 이듬해에 1차 세계대전이 터졌다. “나는 내 또래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1차 세계 대전의 북소리를 들으며 자랐고, 우리의 역사는 그때 이후로 끊임없이 살인과 부정, 또는 폭력의 연속이었다.”(『여름』 중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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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빌블르뱅 근처 작은 마을에 세워진 카뮈 기념탑

아버지 뤼시앵은 독일이 프랑스에 선전 보고를 하자 보병으로 징집되었다. 10월 11일 마른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그 후유증으로 곧 사망했다. 어린 카뮈가 아버지와 함께 이 세상에 숨쉰 것은 고작해야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카뮈의 어머니는 두 아들을 데리고 알제의 벨쿠르라는 서민 지역의 친정어머니 집으로 이사를 했다. 외삼촌은 통 제조공장의 노동자였고, 어머니는 파출부와 세탁부 일을 했다. 어머니는 읽고 쓸 줄을 몰랐고, 벙어리로 오해될 만큼 말이 없었고, 잘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표정 변화도 거의 없어 무뚝뚝하게 보였다.
카뮈는 어렸을 때의 어머니의 기이한 침묵에 대해 이런 기록을 남겼다. “아직도 소년이 기억하고 있는 그 저녁나절들처럼 그녀가 고된 노동에서 돌아와 보면(그 여자는 남의 집 가정부였다) 집이 텅 비어 있는 때가 가끔 있다. 할머니는 볼일을 보러 나갔고, 아이들은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의자에 주저앉아 멍한 눈길로 마룻바닥 틈새를 정신없이 들여다본다. 주위의 어둠이 짙어가고 그 속에서 그녀의 침묵은 위안 받을 길 없는 서글픔에 젖어든다. 옆에 아무도 없으니 그걸 알아줄 사람도 없다.”(『젊은 시절의 글』 중 「가난한 동네의 목소리들」) 외할머니가 어린 두 형제의 육아를 맡았다. 외할머니는 권위적인 사람으로 아이들을 엄하게 대했다. 외할머니가 아이들을 아프게 때릴 때면 여자는 “머리는 때리지 마세요.”라고 애원했다.

불우한 어린 시절

카뮈의 어린 시절은 가난과 고독과 병으로 얼룩져 있다. 어린 카뮈의 영혼은 절망과 비참에 빠질 수도 있는 환경이었지만, 알제의 태양과 바다가 주는 혜택 속에서 놀라운 긍정의 힘을 갖게 된다. 그를 구원으로 이끈 것은 알제리의 여름 대지,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바람, 향일성의 식물들과 난만한 꽃들, 눈부시게 내려쬐는 햇빛과 바다였다.
“항구의 왼쪽, 유향나무와 금작화들 사이로 난 돌계단이 폐허로 인도한다. 길은 작은 등대 앞을 지나서 들의 한복판으로 빠져 들어간다. 벌써, 그 등대의 발치께에서는 보라색, 노란색, 붉은색 꽃들로 묵직해진 다육질의 식물들이, 요란한 입맞춤 소리를 내면서 바다가 핥아대는 첫 번째 바위 쪽으로 늘어뜨려진다. 가벼운 바람 속, 얼굴의 한쪽 뺨만을 덥혀주는 태양 아래서, 우리는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빛을, 주름살 하나 없는 바다와, 그 빛나는 잇바디가 짓는 미소를 바라본다.”(『결혼』 중 「티파사에서의 결혼」)
카뮈는 알제의 강렬한 바다와 햇빛이 베푸는 감각의 향연 속에서 진정한 행복과 기쁨을 누릴 줄 알았다. 그런 카뮈에게 가난 따위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이 주는 부(富)와 풍요 속에서 현실의 가난은 사치로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바다에서 자라 가난이 내게는 호사스러웠는데, 그 후 바다를 잃어버리자 모든 사치는 잿빛으로, 가난은 견딜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여름』 중 「티파사에서의 결혼」)
카뮈가 자신을 위대한 작가의 길로 이끈 두 선생을 만난 것은 우연한 행운이다. 지독한 불운의 세계에서 그가 만난 구원의 손길이다. 첫 번째 행운의 스승은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였던 제르맹 루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외할머니는 가난한 집안을 도와야 된다고 카뮈가 더 이상 학교에 다니는 걸 완강하게 반대했다. 평소에도 카뮈에게 각별한 사랑을 쏟던 루이 선생은 그 외할머니의 고집을 꺾고서 카뮈가 중고등학교 장학생 선발시험을 치르도록 도와줬다. 카뮈는 루이 선생 덕분에 알제 고등학교에 장학생으로 수학하며 전차를 타고 통학을 했다. 카뮈는 명성이 높아지고 나이가 들어서도 늘 ‘내 귀여운 카뮈’라고 하는 루이 선생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뒤 수상기념 연설집을 스승에게 헌정한다.
그 시절 카뮈를 사로잡은 것은 축구였다. 카뮈는 고등학교 축구팀에서 활약하고, 나중에는 몽팡시에 스포츠회의 알제 팀에서 골키퍼로 활동했다. 그는 운동을 열심히 한 뒤 느끼는 나른한 피곤함과 더불어 기막힌 승리의 기쁨에 매혹당했다. 그는 경기에서 패배한 날 저녁에 맛보게 되는 울음이 곧 터져나올 것만 같은 슬픔과 어리석은 충동마저 사랑했다. 훗날 “인간의 도덕과 의무에 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축구를 통해 배웠다.”라고 쓸 정도였다.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카뮈는 여름방학에 알제 중심가에 있는 철물점 점원으로 선박회사의 사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었다. 카뮈가 만난 두 번째 행운의 스승은 철학자이자 에세이스트고 소설가였던 장 그르니에다. 철학교사 그르니에는 서른 두 살이고, 고등학생 카뮈는 열일곱 살이었다. 그 무렵 카뮈는 폐결핵으로 각혈을 하고, 학교를 쉬게 된다. 카뮈는 국가유공자의 자녀였기 때문에 무스타파 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다. 공동입원실에서 다른 환자들을 관찰하며 그것을 산문으로 썼다.
카뮈가 돌연 학업을 중단하자 그르니에는 한 학생을 앞세우고 벨쿠르의 빈빈가에 사는 제자를 찾아간다. 열일곱 살이던 청년 카뮈는 자신을 염려해서 찾아온 스승을 다소 무뚝뚝하게 대한다. 그르니에는 약간 당황하지만 이내 병들고 가난하며 아버지가 없는 청년의 자존심에 대해 이해한다. 나중에 “이미 그는 부서져 있었다. 그는 흙 속에서 빠져나와야 했으며, 그것은 생사의 문제였다.”라고 썼다.
이듬해 카뮈는 병에서 회복되자 이모부 집으로 옮겨 기거를 한다. 마침 이모부는 정육점을 하고 있어서 영양 섭취를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카뮈는 철학반 2학년 수업에 복귀해서 다시 그르니에를 만나고, 그의 격려 속에서 많은 양서들을 접하게 된다. 그를 문학의 길로 이끈 그르니에 선생과는 평생 동안 만나고 편지를 주고받으며 교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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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알제리는 지중해를 품고 있는 아프리카의 북부에 있다.
강렬한 태양이 사막과 바다를 달구어 특유의 풍광을 이루고 있다.

1933년, 카뮈는 건강상의 이유로 고등사범학교 입시 준비를 포기하고 알제 문과대학에 진학한다. 4월, 카뮈는 최초의 창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산문 「무어인의 집」을 썼다.
1934년 6월 16일, 알제의 유명한 안과 여의사의 딸인 시몬과 결혼을 한다. 시몬은 같은 학교에 다녔는데, 바람기 많은 모르핀 중독자로 알려져 있었다. 이모부가 결혼을 반대했기 때문에 카뮈는 그곳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카뮈에게 결혼 선물로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 “흰 양말 한 다스요.” 카뮈가 어머니에게 요구한 결혼 선물은 그게 전부였다.
카뮈는 시몬의 마약 중독을 끊으려고 가진 애를 썼지만, 실패한다. 카뮈는 그르니에 선생의 권유로 공산당에 가입하고, 혼자 글을 쓰는 한편 생계수단으로 대학 기상대에 나가거나 자동차 부품을 팔기도 하고, 선박 중개회사와 도청의 자동차 면허증 및 등록증 교부 부서에서 일하기도 한다. 그리고 친구들과 ‘노동극단’을 창단하기도 했다.
1937년 5월 10일, 카뮈의 첫 책인 산문집 『안과 겉』이 샤를로 출판사에서 간행되었다. 초판 부수는 겨우 350부였다. 여름에 마르세유를 거쳐 파리, 아비뇽, 피사, 피렌체 등지를 여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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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이방인』 초판본의 표지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 나는 모른다.’

1940년 파리로 이주하여 레지스탕스 운동에 참여하고, 1945년부터 비밀리에 나오던 ‘콩바’(Combat) 지의 편집장으로 활약했다. 카뮈의 성격은 대체적으로 낙천적이었다. 그는 평소에는 짓궂고 장난기가 많았으며 익살스럽고 냉소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젊은 험프리 보가트처럼 아주 잘 생기고 삶에 대한 열정도 대단했다. 춤도 잘 추었고 대화를 재미있게 끌어가는 재주가 있었기 때문에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도덕주의자였고, 보수적으로 완강한 측면도 있었다.
1942년 2월에 폐결핵이 재발했고, 카뮈는 왼쪽 폐에 인공기흉을 달고 오른쪽 폐에는 8일마다 늑막에 공기를 주입하는 치료를 받았다. 5월19일. 『이방인』이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나왔다. 초판 부수는 4천4백부였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 나는 모른다. 양로원으로부터 전보 한 통을 받았다. ‘모친 사망. 명일 장례식. 경백(敬白).’ 그것으로는 아무런 뜻이 없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시작하는 『이방인』에 대한 처음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이전에 어떤 소설에서도 볼 수 없는 기이한 인물의 이야기였다. 어머니가 죽고 난 바로 그 이튿날 여자와 해수욕을 하고 부정한 관계를 맺고, 희극 영화를 보며 시시덕거렸다. 그는 태양이 너무 눈부셔서 아랍인을 총으로 쏘았다. 사형집행을 기다리며 행복하다고 말했다.
카뮈는 “자기가 사는 사회에서 이방인이며, 사생활의 변두리에서 주변적인 인물로서 외롭고 관능적으로 살아가는” 뫼르소를 통해 인간의 부조리함을 드러내고자 했다. 카뮈는 첫 소설에 대한 서평을 보지 못했다. 출판사에서 부쳤다는 필자 증정본도 오랑에 도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방인』이 얼마나 명석하고 훌륭한 작품인가를 사람들이 알아보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서 ’종전 후 최고 걸작‘이라고 칭송했다. 사르트르는 서평에서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가 “어떠한 영웅적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서도 진실을 위해서는 죽음을 마다하지 않는 한 인간”이라고 썼다.

카뮈가 사르트르를 만난 것은 1943년 6월이다. 사르트르의 희곡 「파리 떼」의 리허설에서 카뮈는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를 만난다. 처음엔 사르트르와 의기투합을 하고 사이가 좋았지만, 이내 두 사람의 관계는 금이 갔다. 1947년 『페스트』가 출간되고, 이 작품이 큰 성공을 거두자 카뮈는 인세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성공에는 불편도 함께 따라왔다. 수많은 편지들이 도착했고, 카뮈는 편지들을 읽고 답장을 써야만 했다. 스웨덴의 한림원이 1957년 노벨문학상을 안겨주었지만 그 무렵 카뮈는 파리의 지식사회에서 고립되어 있었고, 그의 처지는 마치 천덕꾸러기 ‘고아’와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람들은 대다수 지식인들과 다른 정치적 행보를 하는 카뮈에게 등을 돌리고 비웃고 조롱했다.
카뮈는 노벨문학상 상금으로 루르마랭에 집을 마련하고 파리를 떠나 거기에 머물렀다. 온종일 구릉과 올리브나무와 사이프러스나무가 있는 들판을 쏘다니기도 했다. 한낮에는 불행조차 환하게 빛나게 하는 태양이 비치고, 저녁에는 포근했고, 밤에는 어두운 하늘에 별들이 가득했다. 그때 카뮈는 참으로 행복했다고 썼다. 우울과 불면과 의기소침 속에서 한동안 창작의 열정도 고갈된 채 삭막한 상태로 지내다가 루르마랭에서 소설에 대한 열정을 되찾았다. 그는 필생의 역작이 될 만한 소설에 매달렸는데, 그게 바로 「최초의 인간」이다. 그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때 그의 가방에 초고 상태로 담겨 있던 원고였다. 그러나 운명의 신은 그에게 더 이상의 작품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이 소설은 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말미암아 미완으로 남았다. 이 소설은 카뮈가 사망한지 서른네 해가 지난 1994년에 비로소 출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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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 “독설이 정말 사람을 변화시킬까요?”

『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 펴낸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말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상대입니다

언제나 관계가 숙제다. “행복은 소유의 양이 아니라 관계 맺음의 질에 있다”라는 말도 있다. 관계가 행복하면 큰 일이 터져도 이겨낼 여지가 있다. 『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의 저자 서천석의 글을 읽노라면 그 여지가 좀 더 생겨나는 듯하다.



트위터를 즐겨 하지 않지만 종종 훔쳐보는 파워 트위터리안이 있다. 여타 유명 작가나 종교인, 심리학 박사들의 글과는 달리, 미사여구 하나 없지만 조용히 읽게 되는 140자. 서천석의 트위터(https://twitter.com/suhcs)는 고요하지만,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리를 건드린다. 토닥토닥 조심스럽지도 껄렁하지도 않은 서천석의 글. 노련한 상담가라는 인상보다는 쉽지 않은 재주를 가졌다는 느낌이다. 지루하고 팍팍한 일상을 보내다, 통찰력이 가득한 140자를 마주하면 그래도 마음을 추스를 힘이 생긴다. 어린이 그림책 『자라는 몸』 『싸우는 몸』 『느끼는 몸』 을 펴내고, 최근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로 육아 멘토로 떠오른 서천석 저자. 이번에는 성인들을 위한 『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 을 펴냈다.
서천석은 MBC 라디오 <여성시대 양희은, 강석우입니다>에서 수요일 코너 ‘우리 아이 문제 없어요’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는 MBC 표준FM <서천석의 마음연구소>을 진행하기도 했다. 트위터로 유명세를 탔던 터라 청취율도 좋았지만, 만 1년을 채우지 않고 라디오부스를 떠났다. 이유를 물으니 “매일 칼럼을 하나씩 쓴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애초에 1년만 해보자고 시작했는데, 개편이 앞당겨지면서 일찍 그만두게 되었어요. 낮에는 진료를 봐야 하고 저녁에는 꼬박 글을 써야 하니 힘들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일도 못하고요.” 그래도 인기를 체감하지 않았냐고 물으니, “내가 좋은 걸 해야죠.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주는 반응들을 저는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에요”라고 한다. 반응은 언제나 바뀌기 마련,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타인의 시선, 반응을 괘념치 않는 것.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행복을 쫓는 출발점이다.

 


상대의 단점을 가볍게 넘기는 능력이 필요해요

두 번째로 뵙네요. 올 봄에 육아 관련 도서를 쓰셨는데 이번에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네요. 저자님의 트위터를 팔로우하는 독자들에게 반가운 책일 것 같아요.
트위터를 처음 시작할 때는 어른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쓰진 않았어요. 부모와 아이의 관계,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여러 가지 감정, 생각들에 대한 글을 주로 썼어요. 그런데 팔로우를 하시는 분들 중에 반은 아이를 키우지 않는 분들이세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인들이 겪는 일에 대해 쓰게 됐어요.
채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토닥토닥 위로하는 것도 아닌 글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자꾸만 리트윗을 하고 싶게 만들던데요.
학창시절에 백일장도 나가고, 글 쓰고 책 읽는 시간을 좋아했어요. 그래도 내가 문학에 소질이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아주 잘 쓰는 것 같진 않아요(웃음). 다만, 말이나 글을 쓸 때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기 좋게 말하고 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 생각을 최대한 정리하고 속으로 끌어내서 말하는 게 좋죠. 제 글을 보면 대부분 어려운 말이 없어요. 즉각적,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말을 쓰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문학적으로 매력 있는 글은 아닌 거 같아요(웃음). 차라리, 드라마나 동화가 더 맞지 않나 싶어요.
아동들을 위한 그림책도 여러 권 쓰셨잖아요.
그림책을 좋아해요. 그림책에 대한 칼럼도 썼고요. 내가 시나 소설을 쓰기에는 캐릭터가 약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해요(웃음).
트위터 이야기를 자꾸 하게 되는데요. 혹시 열독하게 되는 트위터리안이 있나요?
딱 이 사람을 눈 여겨 보고 그러진 않는 것 같고, 가끔 어떤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트위터에 들어가 30, 40분 계속해서 볼 때가 있어요. 트위터는 기본적으로 노출되어 있잖아요. 어떤 사람은 정제된 글을 올리기도 하고 혼잣말을 쓰는 사람도 있고 한데, 팔로워가 한 명도 없는 계정을 찾아서 보면 재밌어요.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한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면서 사는지, 자기가 닥친 상황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요. 한 사람의 한 두 달치 트윗을 한꺼번에 쭉 보기도 하고. 유명인들의 글보다 한 사람의 글을 긴 호흡으로 보는 게 흥미로워요.
페이스북은 안 하시나요? 요즘은 페이스북으로 많이 이동하는 추세인데요.
페이스북을 보고 있으면, 꾸미고 화장한 것 같은 얼굴이 보여요. 트위터는 생얼을 노출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게 좀 더 재밌어요.
최근에 제가 리트윗한 저자님의 글이 있어요. “꼭 필요한 노후 대비 중 하나가 지금 내가 맺고 있는 관계, 새로운 관계 맺기에 대한 열려 있는 마음,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이 아닐까 해요. 관계는 맺는 능력과 유지하는 능력이 다른데 유지하는 능력의 핵심은 상대의 단점을 가볍게 넘기는 능력입니다.” 매우 동감했는데 정말 쉽지 않은 문제에요.
타고나길 관계를 잘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정신과도 인간 관찰연구에서 시작되는데, 어떤 사람들이 관계를 지속적으로 잘 유지하는지를 보면, 다른 사람의 단점을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에요. 관찰연구를 통한 결과에 의하면, 노력하고 훈련하면 바꿀 수 있어요. 나도 단점이 있고 저 사람도 있다는 걸 인정할 수 있어요. 물론 단점이 더 크게 보이는 사람들이 있죠. 안 되는 걸 가지고, 버티라는 건 아니에요. 어느 정도 단점이 없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그런 걸 이해하고 넘어가는 게 중요해요. 아이를 키우면서 소리에 예민한 부모들이 많아요. 아이는 그냥 혼잣말을 하면서 놀고 있는 건데, 부모는 징징댄다고 생각해요. 왜 얘는 나를 이렇게 괴롭히냐고 하죠. 아이한테 개입을 해서 못하게 해야 하니, 힘든 상황이 되는 거예요. 이런 문제에 둔감해질수록 행복은 더 가까워져요. 처음 사랑에 빠질 때는 장점에 빠져들잖아요. 나쁜 건 보이지도 않고. 그런데 관계를 지속하다 보면 좋은 건 안 보이고 자꾸만 나쁜 점을 지적하고 바꿔주려고 해요. 그러면 힘들어져요. 나도 내 말을 안 듣는데 남이 어떻게 내 말을 듣겠어요.



말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상대입니다
강연 요청을 많이 받으실 텐데, 강연이랑 상담은 많이 다를 것 같아요. 불특정 다수에게 하는 이야기이니까 더 조심스러울 수도 있고요. 강연 요청은 대부분 수락하시는 편인가요?
병원 일이 주 업무니까 강연은 한 달에 서너 개 정도 해요. 거의 선착순에 의해 결정이 되곤 하지만, 참신한 곳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가는 경우가 있어요. 몇 달 전에 어떤 아파트주민회에서 요청을 해서 갔는데, 동네 분위기더라고요(웃음). 병원에서 상담을 할 때도 아이 문제로 왔지만 부모와 상담하는 경우가 많아요. 소아정신과도 성인정신과를 전공한 사람이 하게 되어 있고요. 성인을 모르면 소아를 대하기가 쉽지 않아요. 강연과 상담의 차이는 특별히 의식해본 적은 없는데, 개별 상담에 있어서는 내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담을 할 때는 더 많이 생각하고, 어쩌다 한 번 말하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해결이 된다는 말도 많이 해요. 진심으로 경청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요.
부모들한테도 항상 이야기하는데, 말의 주인은 자기가 아니라 상대라는 거예요. 나를 위해서 말을 하는 거라면, 말을 안 해도 되거든요. 혼자 생각하고 혼잣말을 하면 되죠. 사람들이 말을 하는 이유에 있어서는 상대를 변화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어요. 상담에서도 중요한 문제에요. 그 사람이 어떻게 알아들을까, 그 사람에게 필요한 말이 뭘까. 이런 걸 고민해야 해요.
가끔 이런 고민도 하게 돼요. 상대가 위로를 해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는데, 어떤 위로를 원하는지 알지만 그 상대가 원하는 위로를 하기 싫을 때가 있어요. 상대는 토닥토닥 해주길 원하는데, 내 입장에서는 생산적인 조언을 하고 싶은 거죠. 이럴 때,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게 맞는 거죠?
그럼요. 상대에 맞춰야 해요. 사람이라는 존재는 정말 말을 안 들어요. 성경에도 “들을 귀가 있는 자는 들을 지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들을 귀가 있는 사람만 알아들을 수 있는데, 이건 없다가도 생기고 생겼다가도 사라져요. 어쩌다 가끔 그 변화의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 변화가 있기까지의 준비 기간이 정말 길어요. 내가 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 그 말이 들려오면 변하게 되어 있어요. ‘겨우 이런 말로 변화가 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은 그 순간 귀가 열린 거예요. 정신과의사가 상담할 때도 똑같아요. 상대의 귀가 열리고 있냐에 주목해요. 내가 멋있게 말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상대가 들을 준비가 안 됐는데 말을 하면, 핑계를 대고 다른 이유를 대요. 그럴 땐 기다려야 해요. 결국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시간을 버텨주죠.
관계에 있어서도 그런 것 같아요.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게 가장 어렵기도 하고요. 이게 ‘그냥’이 아니니까요.
산다는 건 힘겨운 시간을 같이 버티면서 그 시간을 즐기는 거예요.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위로도 하고 뒹굴고 버티는 거예요. 진짜 소중한 건, 한 마디 멋있는 말이 아니라 옆에서 버텨주는 일이에요. 내 옆을 버텨주는 사람을 놓치면 인생에 남는 게 없어요.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버티면서 즐기면서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변화가 찾아와요. 위로도 마찬가지에요. 상대가 원하지만, 내가 위로할 마음이 생기지 않으면 안 하면 돼요. 이렇게 징징거리는 거 지겹고 짜증나면 위로를 하지 말아요. 그런데 미안한 마음이 드니까 위로를 하고, 또 그 사람이 내 생각대로 변하지 않으면 짜증을 내요. 결국 내 짜증, 내 감정을 표현하게 되는 거죠.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위로도 하지 않는 게 나아요.
반대로, 누군가가 나를 자극시키고 꾸짖어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도 있어요. 내 주변 사람들로부터가 아닌 유명인의 강의를 들을 때, 더 센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어요.
최근에 거리에서 어떤 유명한 분의 강연을 우연히 들었어요. 추종자가 생길 만큼 인기를 얻고 있는 분인데, 저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교주도 아닌데 어떤 분들은 눈물까지 흘리면서 좋아하더라고요. 그냥 일문일답 형식으로 질문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강하게 몰아치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놀랐어요. 청중들의 사연은 훨씬 복잡하고 각각 사정이 다른데, ‘나는 깨달았는데 너는 왜 못 깨달았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니까요. 상담자가 가져야 할 자세는 당신은 잠깐 운이 없어서 이런 일을 겪고 있는 거고, 나는 운이 좋다는 태도거든요. 그게 진실이고요. 목사님 설교 중에도 여러 패턴이 있어요. 교인을 죄인으로 몰고 가는 설교가 있고, 주체로 서라는 설교도 있고요. 개인이 주체로 서는 걸 존중해야 해요. 그런 능력이 있어서 존중하는 게 아니라, 그런 사람이 되라도 존중하는 거거든요. 우리가 아직은 멀었구나,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변화는 결국 내 스스로가 할 수 있는 문제겠죠.
누군가가 나를 강하게 찌르면 움찔하지만, 나를 변화시키는 건 나를 좋아하고 나를 쌓아가는 일에 있어요. 독설이 정말 사람을 변화시킬까요? 채찍질은 한계가 있어요. 말을 달리게 하려면 채찍질을 해야 하는데, 인생은 장거리 경주이기 때문에 계속 채찍질을 하면 말은 쓰러지고 상처를 받아요. 사람들은 즉각적인 변화가 좋을 줄 알고 채찍질을 기대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대부분 잠깐 정신을 차렸다가 또 원래 모습을 찾아가죠. 어릴 때부터 이런 훈육에 익숙해지면, 자기를 사랑해서 변하는 것보다 야단 맞아서 변하는 습관을 갖게 돼요. 이게 우리 시대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야단을 맞아야만 변하고 또 이것에 익숙해지고. 결국 진짜 변화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죠. 자기를 사랑해서 변할 때 비로소 몸에 남을 수 있어요. 야단 맞아서 변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변화의 동력을 밖으로부터 받아야만 해요. 남에게 의존하면, 계속해서 채찍질을 당하는 것에 기대하는 상황을 가져 와요. 내 삶이 후지다고 느껴지더라도 내 삶의 주체는 자신이어야 해요. 독설가들도 상대를 주체라고 인정을 하면, 그렇게까지 강하게 말하긴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트레스를 푸는 것보다 덜 받는 것이 중요해요
관계 맺기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많아요. 서로의 애정과 관심의 양이 같지 않을 때, 충돌하기도 하고요. 상대가 원한다고 생각하고 호의를 베풀었는데, 상대가 거절하면 상처를 받는 경우도 많아요.
자식 부모의 관계도 마찬가지에요. 부모는 잘해주려고 한 건데 자식이 안 따라주면 화를 내요. 그런데 잘해준다는 건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지, 내가 원하는 걸 하는 게 아니에요. 내가 생각할 때 좋은 방향이 상대에겐 다를 수 있어요. 이 사람을 어떻게 바꿔놓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에요. 지나친 개입이죠. 호의도 마찬가지에요. 내가 잘해주려고 한 건데, 상대가 거절한다고 생각하니까 그 사람을 미워해요. 미움과 호의가 이렇게 같이 맞물려 가는 경우가 많아요. 내 호의가 괜찮으면 받아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거절할 수도 있는 거예요. 이런 거에 너무 매여서 살면 나만 상처를 받아요.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오늘도 스트레스 받는다’에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야 좋나요?
푸는 방법을 찾는 것도 좋지만,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게 관건이에요. 어떻게 하면 덜 받는지, 내가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지에 대해서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어요. 직장생활이 육체적으로 힘든 건지, 일에 만족감을 못 느끼는 것인지, 인간관계의 문제인지, 내가 받는 보상과 기대가 다른 건지. 이런 것들을 분석해봐야 해요. 일을 바꾸든지, 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계속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 문제를 풀었다고 하더라고 인생은 언제나 예기치 않은 일들이 끊임없이 찾아와요. 평탄한 대리석 바닥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풀긴 풀어야 할 텐데요(웃음). 저자님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한 거 없어요. 그때 그때 내키는 걸 하는 편이에요. 저는 가만히 방에 앉아서 혼자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스트레스가 풀려요. 영화도 보고 술도 한 잔 하고, 인터넷도 하고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요. 나만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일 몇 가지를 하는 게 도움이 되고, 아이들하고 재밌게 노는 것도 좋고, 친구들이랑 만나서 수고 떨고 그런 것도 도움이 돼요.
어떤 분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다른 업계 사람들을 만난다고 하더라고요.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문제를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볼 수 있다고요. 어느 정도 공감이 갔어요.
음,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저는 제 분야 사람들을 만나는 게 익숙하고 좋은 것 같아요. 익숙하지 않은 걸 할 때는 적응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있잖아요. 익숙한 환경에 놓여있을 때, 최종적인 스트레스가 적다고 생각해요. 나를 가장 익숙하게 편안하게 만드는 공간이 좋아요.
부부싸움을 잘 안 하실 것 같긴 한데요. 그래도 싸울 때는 있으시죠?
이런 질문에 대답 잘 안 해요. 재수 없어 보일까 봐요(웃음). 그런데 한 번도 안 싸웠어요. 제 특성도 있겠지만 상대의 특성도 강해서(웃음). 아내가 성격이 좋아요. 옛날에 저도 연애할 때는 싸운 적이 많았는데, 결혼을 해서는 싸운 기억이 없네요.  
작가 분들은 종종 쓰지 않는 말, 싫어하는 단어가 있던데요. 상담을 하면서 쓰지 않으려고 하는 말이 있나요?
그런 건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다만 끊는 대화를 싫어해요. 말은 흘러야 하거든요. 간혹 상대의 말을 자르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건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아까도 말했지만, 말의 주인은 상대방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말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요.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까 상대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관계 속에서 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해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질문을 하는 입장인데도 가끔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종종 있거든요. 그런데 대부분 본인과 관련되지 않은 이야기는 잘 안 들어주세요(웃음). 자기가 해야 할 말만 계속 생각하고 있는 거죠. 거꾸로 인터뷰어도 상대가 말하면 듣기만 해야 하는데, 계속 다음 질문을 뭐할지를 고민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저자님은 참 잘 들어주시네요.
듣는 게 직업이니까요(웃음). 또 말의 주인은 상대니까요.
DJ가 꿈이라고 들었어요. 이번 책에 저자 녹음 CD도 들어있더라고요. 음성이 정말 DJ를 하기 안성맞춤인데, 이번에 라디오는 그만두셨잖아요.
DJ는 작가가 써준 원고를 읽으면 되는데, <마음 연구소>는 직접 칼럼을 써야 하니 힘이 들었어요. 주어진 시간이 딱 3분 10초였거든요. 1초도 어긋나면 안 되고, 내용도 기승전결에 맞게 딱딱 써야 하니까 정말 어렵더라고요. DJ는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라디오키즈이기도 했고, 라디오를 통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여성시대>에서 육아 상담을 하는데, 현장에서 즉석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게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내 자신을 아는 게 참 중요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하는 것. 『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 에도 나와있지만, 내 마음을 알고 돌볼 줄 알아야 다른 사람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내 인생에서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해요. 잡스러운 것으로 채우지 말고, 중요한 것을 중심으로 채워야지, 안 그러면 ‘인생이 왜 이렇게 허무하게 갔나’ 생각하게 돼요. 내가 남을 소중하게 여기면 남을 위한 행동을 취하잖아요. 내 자신도 마찬가지에요. 내 영혼이 즐거워할만한, 나를 위해 나한테 좋은 일을 자꾸 해주려고 해요. 조지 베일런트 『행복의 비밀』 에도 나와 있듯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랑을 하는 것, 그리고 상대의 사랑을 밀어내지 않는 거예요. 두 가지가 정말 중요해요. 상대의 사랑을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여야 해요. 어떻게 그 사랑을 쌓아 나갈까를 고민해야 하는데, 자꾸만 의심하고 경계하면 행복할 수 없어요. 물론 상대는 안 하고 나만 하고 있으면, 헤어져야 해요. 그런 사람은 오래 만나기 어려워요. 사랑한다고 생각만 하면 뭐해요. 표현하고 정성을 쏟아야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과 정성을 들이는 것은 달라요. 강아지도 소중하면 정성을 다해 키우잖아요. 그래야 의미 있게 다가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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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 서천석 저 | 김영사
한 편을 읽는 데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110개의 인생 조언이 담긴 《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은 우리 각자가 고단한 인생을 살아오며 알게 모르게 생긴 많은 마음속 상처들에 새 살이 돋을 수 있도록 해주는 연고 같은 책이다. 삶의 어려움 극복하기, 행복해지는 기술, 인간관계, 감정의 문제, 하루 일상을 잘 사는 법, 마음의 병에 대한 처방을 주제로 하여 총 6개의 장으로 나눠 묶은 이 이야기들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어려움과 궁금증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

저자
서천석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13-09-17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MBC 라디오 [서천석의 마음연구소] 책으로 출간! 진심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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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왜 해야 하는가?

조남호 스터디코드 대표

공부가 하기 싫은때 자극받기 위해 포스팅 한다.

딸아이 한테도 천천히 보여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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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MBA] 우리회사 A급 인재, 그는 왜 짐을 싸는가

[너무 부려먹은 건 아닙니까? CEO만 모르는 '번 아웃 신드롬'] 

"누가 하겠나, 이번에도 일 잘하는 자네가"
휴식도 학습도 한계도 없이 쏟아지는 일, 열정을 불태우다… 스스로를 불태울수도
A급 인재를 C급으로 다루는 건 아닌지


◇딜레마:믿었던 인재, 사표를 꺼내다
"아니, 회사에 직원은 당신밖에 없대요? 왜 집까지 일을 싸가지고 오는 거예요!"
일 잘하는 A급 인재로 알려진 남편, 김잘난 과장을 자랑스러워하던 아내도 일감을 싸들고 와서 주말 내내 일하는 남편을 보면 결국 한마디 할 수밖에 없다. 이런 김 과장의 속사정을 알 리 없는 나 사장은 매번 기대 이상으로 성과를 내주는 김 과장이 믿음직스러워 중요한 업무를 몰아준다. 그러면 김 과장도 빨리 성장할 것이라 여기면서 말이다. 하지만 팽팽하게 당겨진 줄은 언젠가 끊어지는 법. 칭찬만 받던 김 과장이 어느 날부터인가 의욕을 잃고 성과도 부진해지기 시작한다. 나 사장은 '곧 나아지겠지'하며 기다려봤지만, 김 과장은 급기야 퇴사하겠다고 조심스레 말문을 연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해결책:A급 인재를 고민하게 하지 말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가장 일 많이 하기로 소문난 한국에서 A급 인재로 사는 일은 무척이나 피곤하다. 상사는 과도하게 업무를 주고, 우수 인재는 마다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합쳐지니 일은 해도 해도 줄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가정에서도 빈자리가 크다. 부인과 자녀의 불만이 늘어나고 결국 체력적, 정신적인 한계에 부딪힌 직원은 나동그라진다. 모든 에너지가 다 소진되어 한순간에 나가떨어져 버리는 '번 아웃(burn out) 신드롬'에 빠지게 된 것이다. '번 아웃 신드롬'에 빠진 사람은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예방이 최선의 치료라는 말이 있듯이 A급 인재가 '번 아웃 신드롬'에 빠지지 않게 미리 신경 써야 한다. 이를 위해 A급 인재를 관리할 때 놓치기 쉬운 사실들을 기반으로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하자.

첫째, 리더는 A급 인재에게 업무를 맡길 때 그가 이미 한계를 넘어서지는 않았는지 항상 확인해야 한다. A급 인재들은 겉으로는 모든 일과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쉽다. 보통 조직의 관리자들은 A급 인재에게 업무를 몰아준다. 시키는 일마다 잘해내니, '이 일도 자네가 맡아보지'라는 식으로 일을 주는 것이다. 이런 경우 A급 인재는 대체로 군소리 없이 업무를 잘해내지만, 그들은 이미 현재 하고 있는 업무량을 버거워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저 상사의 기대감 때문에 '못하겠다'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무리해서 업무를 받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을 넘어서고, 결국 상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의 역량 부족을 탓하면서 번 아웃 신드롬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말이다.

둘째, A급 인재에게는 학습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A급 인재는 특별히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아서 업무를 잘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만큼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노력을 더 많이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자신을 향한 주위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서 개인적 희생을 마다치 않고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서 완수해낸다. 이러면 당연히 더 큰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번 아웃 신드롬에 빠진다. 따라서 A급 인재에게 새로운 업무를 맡길 때는 충분한 직무 역량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 학습 기회는 업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은 물론, A급 인재에게 조직에 감사하는 마음, 충성심 등을 갖게 하는 효과도 있다.

셋째, A급 인재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고, 휴식을 계획하도록 권해야 한다. A급 인재는 매사에 항상 열정적이기 때문에 상사가 보기에 그들이 정말 일을 즐기는 것같이 보인다. 그것이 그들에게 휴식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닌데도 상사는 종종 휴식의 여유를 주지 않고 업무를 부여한다. 인구에 비해 지적 업적이 탁월하기로 유명한 유대인들은 매주 일요일이면 그 주 금요일 저녁에 시작하는 안식일에 어떻게 휴식을 취할지 궁리한다. 한국인 상사라면 직원이 놀 궁리부터 한다고 꾸짖겠지만, 사실 그러한 사고방식은 마감일을 정하고 업무와 인생을 계획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유대인의 지적 전통이다. 휴식 기간에는 온전히 쉬는 법을 배우는 A급 인재는 재충전을 통해 기운을 차릴 것이다.
A급 인재를 업무에 질려 나가떨어지게 만드는 번 아웃 신드롬. 그저 슬럼프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칫하면 소중한 인재를 회사 밖으로 내쫓을 수도 있기에 반드시 예방해야 한다. 특히 A급 인재의 번 아웃 신드롬은 회사에도 큰 손해가 되는 동시에, 인재 개인에게도 업무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게 만들어 앞길을 막는 재앙과도 같다. 과도한 기대와 한없는 과로로 A급 인재가 타버리는 일을 막는 것, 그것은 온전히 리더의 몫임을 잊지 말자.

☞번 아웃(burn out) 신드롬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신체적·정신적으로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를 '번 아웃'이라고 한다. 번 아웃 신드롬은 이런 상황에 빠진 사람이 피로를 호소하며 무기력증, 자기혐오, 직무거부 등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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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마술도 아니고 저절로 얻어지는 행운도 아니다.

성공은 모든 세세한 부분을 철저히 완성시키기 위한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노력에서 나온다.

어쩌면 평범한 인간사라고 할 수도 있다.

- 로자베스 모스 캔터의《자신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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