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푸어(Time Poor)에서 벗어나기

한때는 숨도 못 쉴 정도로 바쁘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내 일은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을 듯한 일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처럼 정신 없이 바쁘게, 해야 할 목록에서 능숙하게 항목들을 지워가던 와중에, 한밤중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깨곤 했다. 그때마다 불안감에 심장이 두근거렸고 식은땀에 온몸이 흥건히 젖었다.

온갖 의문이 밀려왔다. 왜 이렇게 쫓기듯 살아야 하는 거지?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할 일 목록과 내 영혼까지 짓누르는 일들이 그렇게 중요한 일일까? 나는 도무지 답을 구할 수 없었다.

어느 날 나는 기사를 작성하던 중, 시간 사용법을 연구하는 전문가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그는 내가 일주일에 30시간의 한가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내가 시간일지를 충실하게 작성해서 보내주면, 어디에서30시간을 찾아낼 수 있는지 알려주겠다고 장담했다.

여가 전문가 벤 허니컷(Ben Hunnicutt)과의 대화로 나는 여가의 중요성에 눈을 떴고, 분주한 삶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내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여가시간은 꿈도 꿀 수 없다고 말하자 그는 말했다. “아 7대 죄악이로군요.” 중세 시대에 나태함, 즉 게으름은 대죄(大罪) 중 하나로 여겨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아케디아(Acedia)’라는 것이 있다. 아케디아는 무의미하게 바쁘기만 한 상태를 뜻한다.


노스다코다대학교 앤 버넷(Anne Burnett) 교수는 분주함은 현대인의 고통이자, 신분을 과시하고 중요한 인물들과 어울리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한국, 일본 등 경제선진국에서 근로시간은 꾸준히 증가했다. 근면과 정직한 노동을 높이 평가하는 전통은 초과근무를 권장하는 지경으로 발전해, 늦게까지 근무할 수 있고 부양할 가족이 없는 노동자가 이상적인 노동자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최고의 아이디어는 휴식 중에 떠오른다는 게 신경과학에서 입증되지 않았는가! 피로를 풀고 원기를 회복한 건강한 근로자가 일을 더 잘할 뿐 아니라, 휴식시간이 있을 때 더 효율적으로 일한다는 게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었다. 찰스 다윈, 토머스 에디슨, 찰스 디킨스, 마크 트웨인 등과 같이 누구보다 많은 업적을 남긴 위대한 과학자와 작가들이 그랬듯이 말이다.

나는 직장에서 일할 때 타이머까지 이용해 규칙적으로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휴식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면 우리 뇌는 거의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 이처럼 규칙적인 글쓰기 시간표에 익숙해진 후에는 글 쓰는 시간을 90분으로 늘렸고, 그 다음 휴식을 취했다.

글을 쓰다가 벽에 부딪히면 대가들의 수법에서 교훈을 얻었다. 책상에 앉아 시간을 죽이면 한숨을 푹푹 쉬는 대신 밖으로 나갔다. 그 후에 상쾌한 기분으로 책상에 돌아와 부딪힌 문제를 참신한 시각으로 해결해내곤 했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고 나자 멋진 생각이 떠올랐다. 마지막 장을 어떻게 써야 할 지 방향이 잡혔다.

요즘 나는 업무일지에 하나의 주된 업무만을 쓴다. 예전에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던 것들을 싹 비웠다. 나는 멈추어서 규칙적으로 숨 쉬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 시간을 나는 ‘의자시간’이라 부른다. 주로 창문 옆의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명상을 하거나 일지를 쓰고 때론 글을 읽는다. 때로는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한다. 30분쯤 휴식하는 날도 있지만, 다섯 번 심호흡만 하는 날도 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불확실성이 인간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 들인다. 그러고는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만을 내 목록에 써넣는다.

-  『고수의 습관』 열림원(2016), pp. 135~142, 「브리짓 슐트」 편 중에서

* 브리짓 슐트(Brigid Schulte)는 《워싱턴포스트매거진》 기자이며 2008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타임푸어: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위한 일, 가사, 휴식 균형잡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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