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배정원 기자입니다. 위클리비즈팀에 배치받고 3일 만에 첫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처음으로 해외 인터뷰에 나가게 되면서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여러 사람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배울 수 있는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머물면서 ‘에센셜리즘’의 저자 그렉 맥커운씨를 만나기 위해 실리콘밸리를 방문했습니다. 1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자 날씨가 제법 따뜻했습니다. 호텔 로비에 도착해 입고 있던 코트를 벗고 10분 정도 기다리자, 약속한 시간에 맞춰 맥커운씨가 들어왔습니다. 185센티미터가 넘는 키에 살짝 마른 체형으로 영국식 발음이 매력적인 신사였습니다.

우리는 호텔 로비 근처 커피숍 한가운데 자리를 잡았습니다. 제가 노트북을 꺼내자마자 그는 강연을 시작하듯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50분밖에 없으니 빠르게 진행하자는 의미였습니다. 저도 제한된 시간 내에서 많은 질문을 하기 위해 숨 가쁘게 대화를 이어갔고, 다소 시끄러웠던 주변의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도중 저는 맥커운 씨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고, 한국 문화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와 스탠퍼드 동문으로 청와대에서 점심식사를 한 경험이 있고, 가까운 친구 중에 한국인이 꽤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세상 어떤 국민보다 한국인은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라며 “처음 이런 한국 문화를 접했을 때 충격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바쁜 문화를 지양하는 맥커운 씨는 본질적인 소수인 ‘에센셜리즘’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단순히 더 많은 일을 억지로 해내는 게 아니라 중요하지 않은 일은 과감히 버려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캘리포니아 팰러 앨토에 위치한 포시즌 호텔에서 그렉 맥커운 씨를 만났다. 호텔 로비에서 바라본 바깥 전경.
▲ 캘리포니아 팰러 앨토에 위치한 포시즌 호텔에서 그렉 맥커운 씨를 만났다. 호텔 로비에서 바라본 바깥 전경.

-어떻게 해야지 에센셜리스트가 될 수 있나요?

“에센셜리스트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더 많은 것을 거부하는 것, 이메일 수신함에서 지우는 이메일의 숫자를 늘리는 것, 시간관리의 방식을 바꾸는 것 정도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 나는 제대로 된 중요한 일에 나의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는가?’라고 자신에게 계속 질문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우리의 시간과 자원을 투자할 수 있는 너무나도 많은 일과 기회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소한 것을 일뿐,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성공하는 에센셜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그 많은 일과 기회 중에서 정말로 중요한 소수를 가려내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동일한 자원을 투입해 더 많은 일을 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중요한 일을 제대로 하는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왜 유독 한국에 비(非) 에센셜리스트가 많나요?

“한국인은 열심히 일하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한국전쟁 이후에 빠르게 성장한 한국 경제와 연관이 깊습니다. 힘든 일을 그저 참고 견디며 열심히 하면 잘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바쁘게 사는 게 하나의 미덕(virtue)이 된 것이지요. 물론 어느 정도 열심히 일하는 게 맞습니다. 만약 제가 게으르다면 제대로 먹고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히 한계점이 있습니다.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열심히 일한다 해도 더 많은 것을 얻기 어렵습니다. 그저 피곤하고 불행해질 뿐입니다.”
그렉 맥커운
▲ 그렉 맥커운

속사포처럼 대화를 이어가는 맥커운 씨 역시 상당히 치열하게 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인터뷰 직후 예정된 또다른 미팅 때문에 연신 시간을 확인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바쁜 삶이 나쁘다고 말하는 게 다소 모순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1시간 이상의 시간을 내지 못하는 당신도 상당히 바쁜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저도 한 회사의 대표이자 저자, 강연자로 상당히 바쁜 삶을 삽니다. 그러나 일이 제 최우선은 아닙니다. 인터뷰 시간을 조금 포기할 수는 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아침 가족들과 식사를 하며 성경을 읽습니다.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가족과 종교입니다. 이 두 가지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바쁘게 살 뿐, 바쁜 삶 자체가 제 우선순위는 아닙니다.”

인터뷰 내내 맥커운 씨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상기된 얼굴로 에센셜리즘에 대해 강연할 때와 다르게, 지갑 속에 담긴 네 명의 자녀와 아내의 사진을 보여주며 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제 두돌이 지난 막내가 벌써 성경 구절을 외운다는 자랑을 덧붙이는 모습에 저까지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짧은 인터뷰 시간이었지만 단순히 일에만 치여 사는 게 아니라 삶의 행복을 아는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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